흔히 입가의 물집을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진 `헤르페스' 질환은 성병이기도 하다.
특별히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대부분 흘려듣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오히려 감염관리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헤르페스 성병이 급증하면서 국민 보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성 헤르페스 성병, 8년 새 5.5배 증가
--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전체 성병 환자는 1999년 24만5천713명에서 2007년 33만6천298명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한 성병은 2만4천401명에서 2007년 9만4천259명으로 약 3.8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지난 8년간 무려 5.5배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헤르페스 성병 증가의 원인으로는 과거에 비해 성적으로 자유로워진 사회 분위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조성태 교수는 "여러 성병 중에서도 특히 증상이 적거나 거의 드러나지 않는 헤르페스 성병의 특성상 본인이 보균자인지 모르고 상대를 감염시키는 경우들이 증가율을 더욱 높였을 것"이라며 "또한 지나친 스트레스나 과도한 다이어트가 면역력을 약화시키면서 숨어있던 헤르페스 증상들이 발현되는 것도 증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구강-성기 헤르페스 교차 감염 가능
-- 전문가들에 따르면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2가지 타입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1형은 주로 구강 및 입 주위에서 발병하며, 2형은 생식기에서 발병해 성관계를 통해 옮긴다.
그러나 두 바이러스 모두 생식기와 얼굴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겉에서 보기에는 서로 구별할 수 없다.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처음에 신경세포에 들어가 숨어있기에 면역계에 의해 감지되지 않으며, 보통 입가에 물집을 형성하는 단순포진 바이러스 제1형과 마찬가지로 생식기에 발생하는 제2형도 정신적 또는 육체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활성화된다.
따라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들에게서 증상이 심한 게 이 바이러스의 특징이다.
또한 이 바이러스는 단지 생식기관의 접촉이나 마찰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성교에 의한 감염률은 여성의 경우 80~90%, 남성의 경우 50% 정도이다.
헤르페스의 증상은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경미한 경우도 있고 아주 심한 경우도 있다.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결리거나 무력감, 미열 등의 증상이 며칠간 계속되다가 3~7일쯤 지나면 생식기의 감염부위에 여러 개의 물집이 나타난다. 그 물집이 다른 세균에 감염되면 고름 같은 진물이 흘러나오고 사타구니의 임파선이 부어올라 걷기 어려워지는 일도 있다.
물집은 남자에서는 음경포피, 귀두, 요도, 음낭부위에 흔히 발생하고, 여자에서는 외음부, 음핵, 자궁경부에 흔히 발생한다.
또 허벅지의 안쪽 면이나 엉덩이 그리고 항문 등에도 이런 물집이 생길 수 있다. 물집과 궤양은 약 2~3주 뒤에는 없어지지만 한 달씩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보균자 중 3분의 2 증상 모르고 남에게 전염
-- 헤르페스는 직접적인 피부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보통 피부는 바이러스가 뚫고 지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구강 점막 또는 요도나 성기 등 얇고 연약한 피부의 점막을 통해 감염된다.
한번 감염되면 완전히 치유되지 않고 자꾸 재발하는데, 그 이유는 바이러스가 감각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피로하거나 스트레스, 열성 질환, 과도한 햇볕 노출, 월경 등에 의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헤르페스는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이 매우 경미하거나 거의 없기 때문에 보균자 중에 약 3분의 2는 자신이 헤르페스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남에게 전염시킨다. 하지만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변기, 목욕탕, 수건 등을 통해 전염되지는 않는다.
◇완치 불가능하지만 발 빠른 조치 취해야
-- 환부는 미지근한 소금물로 닦아주고 공기 중에서 자연 건조시키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말려주면 좋다. 또한 가능한 한 환부를 공기에 그대로 노출시켜 두는 게 좋고, 가제나 반창고로 덮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물집을 터뜨리면 다른 부위에 옮을 가능성이 있고 흉터나 세균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항생제 연고나 크림은 오히려 병을 오래 끌고 새로운 병소를 일으키기도 하는 만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감염의 기간, 심한 정도 및 전염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때는 성관계 대상도 같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주 재발하는 사람은 용량이 적은 항생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완치는 불가능하다.
또한 병변이 나타나는 동안에는 성관계를 금해야 한다. 병변에 손이 닿았을 때는 손을 씻고 되도록 수건이나 기타 화장실 용품도 따로 사용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조성태 교수는 "궤양이 있을 때는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고, 궤양이 없더라도 전염이 가능하므로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만약 임신을 했다면 담당의사에게 음부포진에 걸린 적이 있음을 이야기해 제왕절개술을 받음으로써 아이에게 전염되는 일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재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몸이 피로할 때는 10시간 정도 푹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조성태 교수)
-- 연합뉴스 2008년 10월 21일(화) 김길원 기자